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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마뇽인은 음악의 기원과 악기

by jihomom 2025. 6. 20.

크로마뇽인의 음악 관련 이미지

구석기시대의 인간, 크로마뇽인은 예술과 상징에 능했던 존재였다. 본문에서는 크로마뇽인이 실제로 악기를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즐겼는지, 그 소리가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본다.

소리를 만든 존재, 음악의 기원을 노래하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 중 하나다. 소리를 듣고 따라 하고, 리듬을 만들고, 함께 울리는 순간 인간은 공동체가 되고 문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마뇽인의 음악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살지 않았다.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를 나누며, 삶을 노래했던 존재였다.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 중에는 음악적 기능을 가진 도구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독일의 오헨프엘스 동굴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뼈 피리가 있다. 새의 날개뼈를 깎아 만든 이 피리는 정확한 음공이 존재하고, 입으로 불어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실제 악기였다. 또한 박자와 리듬을 위한 타악기 역시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뼈나 나무, 돌을 두드리거나 서로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간단한 도구는 오랜 시간 전부터 존재했으며, 현대 인류의 다양한 원시 부족 사회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여전히 전승되고 있다. 이처럼 크로마뇽인의 음악은 단지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공동체 의례, 사냥 준비, 계절 축제, 출산, 장례 등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울려 퍼졌던 신호이자 상징이었고,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악기를 만들고 연주한 최초의 인간

크로마뇽인은 단지 자연의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모방하고 가공하여 음악으로 발전시켰다. 이는 인류가 청각적 감각을 사회적 상징으로 확장시킨 첫 번째 행위였다. 피리는 가장 오래된 멜로디 악기 중 하나다. 호헨프엘스에서 출토된 피리는 새의 뼈를 구멍 내어 만든 것으로, 정밀한 간격으로 뚫린 음공과 가공 흔적은 명확한 음계를 의식하고 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즉흥적인 소리가 아닌, 체계적이고 반복 가능한 음의 존재를 암시한다. 타악기의 흔적도 여러 유적지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평평한 돌판에 마모 흔적이 있는 경우, 뼈나 나무 조각에서 반복적인 충격 자국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리듬을 만들기 위한 타법, 즉 북이나 박 같은 개념의 악기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일부 인류학자들은 당시의 동굴이 음향적으로 설계된 것처럼 울림이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음악적 사용을 위한 공간이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음향 효과를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도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깊은 동굴 내부에 그림을 집중시킨 크로마뇽인은 그 공간의 울림을 활용해 소리를 더 크게, 더 깊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이는 벽화와 음악이 단절된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음을 암시한다. 춤과 몸짓 또한 음악과 분리할 수 없는 요소였다. 고정된 박자와 반복적 리듬은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유도하고, 이는 집단 의례나 사냥 전 행위, 출산·장례 등의 중요한 순간에 감정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즉, 음악은 단지 감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집단 정체성과 의례를 강화하는 핵심 매개체였다.

 

인류의 첫 악보는 뼈에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의 역사는 악보나 기록이 있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시작은 훨씬 더 오래되었다. 크로마뇽인의 손에서 깎여진 피리, 바위에 남겨진 리듬의 흔적, 동굴의 울림 속에 담긴 박자는 바로 인류 최초의 음악, 최초의 예술 언어였다. 그들은 소리를 통해 감정을 나눴고, 악기를 통해 생각을 전하며, 음악으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었다. 말보다 앞선 소리, 문자보다 먼저 울린 리듬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매개였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본질이다. 크로마뇽인의 음악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예술과 정서의 근원이다. 지금 우리의 손끝에 있는 피아노 건반, 이어폰 속의 선율, 축제의 북소리는 어쩌면 4만 년 전 뼈 피리의 단순한 음표 하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남아, 지금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