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채집 사회였던 크로마뇽인은 계절과 환경 변화에 따라 식량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저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은 고기와 열매, 뿌리 등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독창적인 방식들을 사용했다. 이번 글에서는 고대 인류의 지혜가 담긴 크로마뇽인의 식량 저장 방식과 그 생존 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단순한 사냥꾼을 넘어선 전략가들
크로마뇽인은 약 4만 년 전 유럽에 등장한 현생 인류로, 날씨와 환경 변화가 극심한 구석기시대를 살아갔다. 이들은 단순히 사냥과 채집만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매서운 겨울, 예상치 못한 가뭄, 이동 중의 식량 부족 등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식량 확보 및 저장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은 크로마뇽인 거주지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특정한 패턴의 구덩이나 나무껍질 조각, 동물 뼈 더미 등을 통해 이들이 의도적으로 식량을 저장한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그들의 주요 저장 대상은 육류, 견과류, 뿌리류, 말린 열매 등이었으며, 저장 방식 또한 다양했다. 예컨대 일부 지역에서는 흙으로 파묻은 구덩이 안에 동물의 내장을 제거한 후 보존된 고기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지열과 토양의 습도를 활용한 일종의 '자연 냉장고'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뼈를 발라낸 동물 껍질을 말린 뒤 내부에 식량을 보관하고, 바위로 봉인한 흔적도 있다. 이렇듯 크로마뇽인은 환경과 자원의 제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계획적 사고와 체계적인 식량 관리 능력을 보유했던 인류였다. 그들이 단지 우연히 생존한 존재가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했던 전략가였다는 사실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량 저장법을 알고 기술과 도구의 진화
크로마뇽인은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식량을 보존했다. 대표적인 저장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하 저장 구덩이**를 이용한 방식이다. 식량을 수확하거나 사냥한 직후 땅을 깊게 파고, 내부를 나무껍질이나 건조 잎으로 감싼 후 저장했다. 이 방식은 온도 변화가 적은 지하의 특성을 활용하여 부패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둘째, 훈연과 건조를 통한 고기 저장법이다. 사냥한 고기를 나무 가지에 걸어 말리거나, 불 옆에 걸어 훈연하는 방식으로 수분을 제거하고 박테리아 생성을 억제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고기 건조법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셋째, 껍질이나 동물 가죽을 이용한 저장 용기의 활용이다. 식량을 보관할 수 있는 천연 그릇으로 껍질이나 말린 가죽을 가공해 사용했으며, 이를 돌이나 나무 뚜껑으로 덮어 외부의 벌레나 습기를 막았다. 넷째, 냉수나 동굴 내부 보관이다. 여름철에는 비교적 차가운 냇가 근처나 바위 그늘, 동굴 안에 식량을 두어 자연 냉장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오늘날의 냉장 보관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다섯째, 식량의 선별적 섭취 및 배분 전략이다. 모든 식량을 즉시 소비하지 않고, 공동체 내 구성원에 따라 일정량을 분배하거나 비상시에 대비한 '비축분'으로 따로 떼어 두는 습관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회적 유대와 협동을 통해 생존율을 높였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크로마뇽인의 식량 저장 방식은 단순히 남는 것을 보관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안에는 치밀한 관찰력과 도구 활용 능력이 함께 작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남긴 흔적은 지금도 우리에게 놀라운 생존 지혜로 전달된다.
선사시대의 ‘생존 설계자’, 크로마뇽인
우리는 크로마뇽인을 흔히 돌도끼를 든 원시인으로만 인식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식량 저장 방식은 결코 원시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대의 보존 기술과 비교해도 놀라운 과학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냉기와 습도를 고려한 지하 저장, 단백질의 부패를 늦추는 건조 및 훈연, 공동체 단위의 분배와 비축—all 이들은 체계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자 생존 설계자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크로마뇽인의 삶은 단순한 생존의 반복이 아니라, 불확실한 자연에 맞서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구축한 고도의 계획적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에는 바로 '식량'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자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식량의 풍요로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는, 때때로 수만 년 전 인간이 겪었던 기후의 위기와 자원의 부족 속에서 배울 점이 있다. 크로마뇽인이 남긴 식량 저장의 지혜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환경 대응에 대한 인류의 오랜 고민의 결과이자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존의 힌트다.